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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만든 이미지를 블로그에 올리면 3천만원 과태료를 문다.” 올해 초부터 이 말이 꽤 돌았다. AI 생성물 표시 의무가 2026년 1월 22일 시행되면서 생긴 이야기다. 그런데 법령 원문을 열어 조문을 따라가 보면,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과태료 조항이 겨냥하는 대상과, 사람들이 겁먹고 있는 대상이 서로 다르다. 이 글은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과 그 시행령 조문을 직접 짚어 그 간극을 정리한 것이다.

② 흔히 인용되는 3천만원 과태료(법 제43조)는 표시를 빠뜨렸다고 바로 붙지 않는다. 조문이 직접 지목한 것은 사전고지 위반과 시정명령 불이행이다.
③ 법을 비켜가도 플랫폼 정책은 별개다. 유튜브는 실제와 구분이 어려운 합성 콘텐츠에 자체 공개 의무를 두고 있다.
2026년, AI 표시 규제는 어디까지 왔나
먼저 시간 순서를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이 법은 하루아침에 튀어나온 규제가 아니라 1년 넘는 준비 기간을 거쳤다.
즉 표시 의무 자체는 이미 시행 중이다. 다만 정부는 제도 안착을 이유로 최소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밝혔고, 이 기간에는 사실조사와 과태료 부과가 유예된다.
법이 요구하는 표시는 세 갈래다
핵심 조문은 법 제31조(인공지능 투명성 확보 의무)다.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격이 다른 세 가지 의무가 묶여 있다. 이걸 분리해서 봐야 뒤에 나올 과태료 이야기가 풀린다.
| 조항 | 무엇을 요구하나 |
|---|---|
| 제31조 제1항 사전고지 |
고영향 AI나 생성형 AI를 이용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우, 그 제품·서비스가 해당 AI에 기반해 운용된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미리 알릴 것 |
| 제31조 제2항 결과물 표시 |
생성형 AI 또는 이를 이용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그 결과물이 생성형 AI로 생성되었다는 사실을 표시할 것 |
| 제31조 제3항 딥페이크 |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음향·이미지·영상을 제공하는 경우, 이용자가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지 또는 표시할 것 |
표시 방법은 두 가지가 허용된다
구체적인 방법은 시행령 제23조에 있다. 제2항은 표시 방법을 두 갈래로 열어 두었다. 하나는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기계가 판독할 수 있는 방법이다.
눈에 보이는 워터마크나 문구만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기계판독 방식을 택하더라도 그냥 넘어가지는 못한다. 시행령은 이 경우 “그 결과물이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하여 생성되었다는 사실을 1회 이상 안내 문구·음성 등으로 제공”하도록 못 박았다.
AI 생성물 표시 의무는 누구에게 있나
여기가 이 글의 핵심이다. 제31조를 다시 읽어 보면 모든 항의 주어가 똑같다. “인공지능사업자는”이다. 법은 콘텐츠를 만든 사람이 아니라 사업자를 붙잡고 있다.
그럼 인공지능사업자는 누구인가. 법 제2조는 이를 둘로 나눈다. AI를 개발해서 제공하는 인공지능개발사업자, 그리고 그 AI를 이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이용사업자다. 두 정의 모두 마지막 동사가 ‘제공’이라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과기정통부가 시행일에 맞춰 공개한 「인공지능 투명성 확보 안내 지침」(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누리집에서도 배포)도 의무 주체를 “이용자에게 인공지능 제품 및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인공지능사업자”로 설명한다.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해외 사업자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래서 AI 생성물 표시 의무의 경계선은 ‘AI를 썼는가’가 아니라 ‘AI 제품·서비스를 남에게 제공하는가’에 그어진다. 이 기준으로 보면 상황이 꽤 명확하게 갈린다.
| 이런 경우 | 법상 표시 의무 주체인가 |
|---|---|
|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를 직접 운영·제공 | 해당 — 개발사업자 |
| 외부 AI API를 붙여 AI 챗봇·AI 기능이 들어간 앱이나 사이트를 서비스 | 해당 — 이용사업자 |
| AI로 만든 이미지·글을 내 블로그나 SNS에 올림 | 비해당 — AI 서비스의 이용자 |
| AI로 만든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 | 비해당 — 단, 플랫폼 정책은 별도(6번 항목) |
3천만원 과태료가 실제로 붙는 지점
이제 가장 많이 잘못 알려진 부분이다. AI 생성물 표시 의무를 다룬 글 상당수가 “표시 안 하면 3천만원”으로 정리하는데, 이 문장은 조문과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과태료는 법 제43조에 있고, 상한은 3천만원 이하가 맞다. 문제는 그 조항이 어떤 위반을 지목하고 있느냐다. 제43조 제1항이 열거한 것은 제31조 제1항(사전고지) 위반, 제36조 제1항(국내대리인 지정) 위반, 그리고 제40조 제3항에 따른 명령의 불이행이다.
표시 의무인 제31조 제2항·제3항은 이 목록에 없다. 표시를 빠뜨렸다는 사실만으로 곧장 과태료가 나오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표시 위반은 어떻게 되나
제재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른 경로로 이어진다. 법 제40조는 제31조 제2항·제3항 위반을 사실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고, 조사 결과 위반이 인정되면 과기정통부장관이 해당 행위의 중지나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그때 제43조의 과태료가 작동한다.
여기에 계도기간까지 겹친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시행 후 최소 1년간은 사실조사와 과태료 부과 자체가 유예된다. 실제 제재가 현실화되는 시점은 그 이후로 보는 것이 맞다.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사업자에 해당하더라도 모든 결과물에 표시를 붙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행령 제23조 제4항은 적용 예외를 두고 있다. 조문이 든 대표적인 경우는 두 가지다.
| 누가 봐도 명백할 때 | 제품·서비스명, 이용자 화면이나 제품 겉면, 결과물에 표시된 문구 등을 고려할 때 생성형 AI를 활용한 사실이 명백한 경우 |
| 내부에서만 쓸 때 | 인공지능사업자의 내부 업무 용도로만 사용되는 경우 |
이 밖에 제품의 종류나 특성, 이용 형태,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경우도 예외로 열려 있다. 예외의 세부 범위는 고시로 계속 다듬어지는 영역이라, 사업자라면 고시 개정을 챙겨 볼 필요가 있다.
법은 비켜가도 플랫폼은 안 비켜간다
여기까지 읽고 “그럼 나는 신경 안 써도 되겠네”라고 정리하면 곤란하다. AI 기본법의 의무 주체가 아니라는 것과, 아무 표시도 안 해도 된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유튜브는 법과 별개로 자체 정책을 이미 운영 중이다. 실제 인물이 하지 않은 말이나 행동을 담았거나, 실제 장소·사건을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사실적으로 합성한 콘텐츠라면 업로드 시 변경·합성 콘텐츠임을 공개해야 한다.
반대로 비현실적·환상적인 연출, 색보정 같은 사소한 수정, 대본이나 자막·썸네일 작성에 AI를 활용한 정도는 공개 대상이 아니다. 기준은 ‘실제와 헷갈릴 만한가’에 가깝다.
정리하면 개인 창작자가 실제로 관리해야 할 것은 법 조문이라기보다 플랫폼별 정책이다. 그리고 그 정책은 부처 고시보다 자주, 예고 없이 바뀐다. 자세한 기준은 유튜브 고객센터 공식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AI 생성물 표시 의무를 둘러싼 혼선은 ‘법의 의무’와 ‘플랫폼의 규칙’을 한 덩어리로 묶어 읽은 데서 나온 셈이다. 둘은 적용 대상도, 판단 기준도, 불이익의 성격도 다르다.